어떤, 어떤 장면 ⓒ김가은
Feeling in Between ⓒ박하은
병원 ⓒ송상현
NECAMERAMANCY ⓒ박정윤
타임머신 ⓒ홍준협
2023 미래작가상 수상자 발표
전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사진∙영상부문을 공모한 차세대 작가 프로그램 ‘2023 미래작가상’은 17회를 맞이하였다. 328명의 대학생이 공모에 참여하였으며 김세진 작가 ∙ 박지수 편집장 ∙ 윤정미 사진가로 구성된 2023 미래작가상 심사위원회는 고유한 시각으로 주제의식을 잘 표현한 예술가로서 발전 가능성이 있는 5인을 최종 수상자로 선정했다.
미래작가상은 박건희문화재단과 캐논코리아가 주최 주관하고, 이미지원이 후원하고 있다.
□ 수상자
사진부문 수상자
김가은 (서울예술대학교 사진전공 2학년) – 어떤, 어떤 장면
박하은 (경일대학교 사진영상학부 3학년) – Feeling in Between
송상현 (중앙대학교 사진학과 2학년) – 병원
영상부문 수상자
박정윤 (한국예술종합학교 멀티미디어영상전공 3학년) – NECAMERAMANCY
홍준협 (계원예술대학교 영상디자인과 2학년) – 타임머신
□ 심사위원
김세진 작가
박지수 편집장
윤정미 사진가
□ 튜터
김세진 작가
박지수 편집장
윤정미 사진가
이수정 큐레이터
홍진훤 사진가
□ 마스터 튜터
오형근 사진가
□ 지원내용
5인의 수상자를 선정
– EOS R6 Mark II 24-105 USM KIT를 각 수상자에게 수여
– 심사위원회에서 추천한 사진가와의 1:1 튜터링, 오형근 사진가와 마스터 튜터링
– 2024년 캐논 갤러리에서 전시
– 작품집 출판
□ 심사평
■ 총평
2023 미래작가상 공모에는 개인의 이야기를 재구성하거나 대상의 표면을 필터링 없이 포착한 작업들이 많았으며 각자만의 시각으로 사진이미지를 생산해내고 있었다. 역대최고의 참여자 수인 328명을 기록하였으며 작업의 시작점에서 깊이 있게 고민하고 있는 지원자들의 태도를 느낄 수 있었다. 심사과정은 1차 온라인 심사에서 총 9명의 작업이 선발되었으며 2차 인터뷰 심사에서 심사위원의 전원 합의로 최종 5인의 수상자를 선정하였다.
김가은의 “어떤, 어떤 장면” 작업은 엄마와의 관계에서 좁혀지지 않는 거리감을 이미지로 시각화하고 있으며 엄마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박하은의 “Feeling in Between”은 어른이 되어가는 과도기적 과정 속에 있는 이들의 불안감을 인물, 풍경, 정물 등의 방식으로 구사한다. 송상현의 “병원”은 사진이라는 매체로 윤동주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작업으로 그에 관한 모든 기록물을 수집하듯이 촬영하고 있으며 윤동주의 시선과 그가 바라보았을 풍경을 기록한다. 박정윤의 “NECAMERAMANCY”는 에세이 필름 작업으로 작가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자동필름카메라를 대상으로 강령술을 하여 기묘한 영상 퍼포먼스를 담은 작업이다. 홍준협의 “타임머신”은 두 인물 간의 섬세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으며 보는 이로 하여금 이야기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한다. 2023 미래작가상 수상자가 차세대 작가로서 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2023 미래작가상 공모에 참여한 328명의 모든 지원자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 심사위원 김세진
미래작가상은 2022년에 영상부분이 신설되어 올해에는 사진과 영상분야에서 각 3명과 2명의 수상작이 선정되었다. 심사의 기준으로 가장 큰 비중을 둔 앞으로의 작업적 성장 가능성과 더불어 전달하고자 하는 작품의 주제가 간결하며 집중적으로 잘 표현되고 있는가 그리고 사용하는 매체에 대한 이해와 숙련도를 고려하여 심사에 임하였다. 사진의 경우 재단의 역사에 비례해 적정 수준의 작품들이 다수였으나 이제 시작인 영상분야의 경우 수작을 가린다기보다는 보편적 기준에 적절하게 부합했는가에 만족하며 수상작을 선정하였음을 밝히고자 한다.
김가은은 말하지 못한 삶의 비밀이야기와 같은 보편적 질문을 엄마라고 하는 대상을 통해 긴 시간을 들여 그 질문의 답을 찾고자 한다. 그것이 본질적으로는 기록이지만 바라보는 시점과 그 대상 사이의 공기를 묘사하고 시각화하는 것일 것이다. 그러한 이미지들이 모여 하나의 이야기가 완성되고 일종의 삶의 수수께끼가 풀리는 순간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그 순간을 위한 여정이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 지가 궁금하다.
박하은의 사진들은 성장기를 거치는 시기의 알 수 없는 아픔과 이해할 수 없이 나약하고 불안한 감정들을 탐구한다. 그 탐구의식은 사진을 통해 기록하고 수집함과 동시에 이론의 원천을 찾아 헤매기도 하는 것이다. 그럼으로 현실이라고 하는 단단한 굴레와 그것을 뛰어넘는 이상과의 괴리의 간격을 좁혀 일종의 개인적 불안을 극복하고자 함과 동시에 또래의 집단적 현상을 이해하고자 하는 행위를 이미지와 텍스트 그리고 책이라고 하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시도가 돋보였다.
송상현의 인물탐구에 관한 집요한 시도와 그것을 기록하기 위한 과감한 실천이라는 열정을 보여 주었다. 저널리즘이라고 하는 장르를 토대로 역사속 인물의 발자취를 사적인 기록의 결과물들을 통해 어떤 방식으로 묘사될 것인지 그럼으로 팬덤으로 바라본 역사적 인물을 과거의 한 시대에 실존했던 한 인간의 깊은 심연까지 이해하고 그것을 심화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박정윤의 영상에서 등장하는 카메라는 공교롭게도 같은 해에 세상에 태어났다고 한다. 작업의 시작은 늘 그렇듯 어딘가에서 떠돌던 평행선들이 만나는 지점에서 우연히 발화되는 것이다. 작업을 통해 표현하고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에 대한 확신을 가진 태도가 인상적이었던만큼 세 단락으로 분리된 듯한 영상이 매끄럽게 하나의 서사로 이어지는 시도를 이어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홍준협은 다양한 미디어 매체에 대한 관심과 완성도가 돋보이는 작품을 선보였다. ‘감정’이라는 추상적 상태의 묘사를 영화적 스토리텔링을 바탕으로 한 전형적인 극영화의 형식으로 제작하였고 기술적 연출적 표현은 흠잡기가 어려울 정도였으나 그와 비례하여 기존의 관습적 태도와 습관에 대한 의심을 품고 적절한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을 염두하며 창작을 이어나가기를 바란다.
끝으로 수많은 공모 시스템을 통해 작가가 발굴되기도 하지만 그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어쩌면 인생의 큰 부분을 차지할 수도 있는 창작의 긴 시간의 여정안에 아주 작은 순간을 할애해 자신의 작업을 돌아보고 타인의 객관적 의견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실패를 두려워 말고 도전해 보기를 바라며 그런 의미에서 지원자 모두의 용기에 큰 박수와 응원을 보낸다.
■ 심사위원 박지수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거나 영상을 찍는 일에 몰입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자꾸만 이미지의 힘을 믿게 된다. 카메라로 모든 걸 기록할 수 있고, 그 이미지로 모든 걸 이야기할 수 있다고…. 하지만 카메라와 이미지의 힘을 믿기엔 그 안에 담기는 세상은 이미 오래전부터 투명하지 않았고, 하나의 모습으로 고정되지 않았다. 게다가 사람의 의도로 만든 이미지와 소프트웨어의 알고리듬으로 만든 이미지의 구별이 점점 사라지는 지금의 시대에서 카메라와 이미지의 힘을 믿는 일은 광신도와 다를 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카메라와 이미지의 동네를 떠나지 못하는 한 사람으로서 여전히 믿어보고 싶은 구석이 있다면, 카메라와 이미지의 힘 그 자체가 아니라 카메라와 이미지를 만나고 나서야 비로소 발현되거나 변화하는 어떤 시선들이다. 이미 스스로 알고 있는 것을 의도와 의미라는 이름으로 장면에 주사하기보다는, 미처 스스로 알지 못했던 것들을 카메라와 이미지를 통해 발견하려는 그 시선과 조우하기를 기대하며 심사에 임했다.
윤동주의 흔적을 추적하는 송상현의 사진 작업 ‘병원’은 정보량이 많은 작품이었다. 그가 유년 시절부터 흠모하던 인물이었기에 작업을 시작하기 이전부터 충분한 정보량을 이미 확보한 상태였다. 또한 작업을 하기 위해 리서치를 하고, 또 일본에서 윤동주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촬영 과정 속에서 그 정보량은 더욱 확장되었다. 지금 여기에 부재한 인물을 따라가려면 그와 관련된 정보를 입체적으로 확보하는 일이 필수적이며, 작업은 결국 그 정보량 안에서 어떻게 자신의 방식으로 사유하고 움직일 것인가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이다. 그런 측면에서 송상현의 작업은 풍부한 정보를 확보하고, 이를 시각적으로 안정된 이미지로 충실하게 가시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다만, 사진 작업에서 정보량을 풍부하게 확보했다고 하여, 이것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인물도 구성할 수 있는 소설의 이야기처럼 구현되지 않는다는 점을 복기해 볼 필요가 있다.
김가은의 사진 작업 ‘어떤, 어떤 장면’은 자신과 어머니 사이에서 점점 멀어져 왔던 관계를 바라본다. 우리는 어디서부터 서로 멀어진 것일까. 그동안 무심히 덮어두었던, 또는 애써 모른 척했던 어머니와의 거리감을 측정하기 위해 그는 어머니와 자신 사이에 카메라를 세우고 모든 시공간을 멈춰서 바라본다. 그리고 한뼘 한뼘 그 거리를 손으로 재며, 그 과정에서 떠오른 생각과 감정 등을 천천히 이미지에 옮겨온다. 그렇게 사진 위에 맺힌 장면들은 표면적으로 현재와 일상의 주변 풍경과 사물, 어머니의 모습에서 머물지만, 그 이미지가 흐르는 곳은 결국 두 사람의 오래되고 먼 거리 사이에 고인 시간과 기억일 것이다. 나와 어머니 사이에서, 그리고 현실과 비현실 사이에서 진동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작업은 섬세한 구성력이 돋보였지만, 동시에 장면에 얽매여 있다는 인상도 함께 받았다. 과연 이미지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어려운 고민을 해야 할 시점처럼 보였다.
박하은의 사진 작업 ‘Feeling in Between’은 20대 초반 인물들의 초상과 그들의 우울한 정서, 이들의 생활 환경과 주변 풍경들이 짜임새 있게 구성되었다. 그러면서도 청량한 톤의 인물사진, 색감이 돋보이는 풍경사진들이 감각적으로 다가온다. 자신이 경험한 우울감을 바탕으로 시선을 확장해 주변 또래 친구들의 상황을 함께 살피며 작업이 시작된다는 점, 작업 안에서 다루는 인물군들을 향한 작가의 인식과 시선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인물과 풍경, 정물, 컬러와 흑백 등 다양한 방식을 구사해 작업을 구성한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기에 충분했다. 다만, 다분히 한쪽으로 치우친 인물군의 범위, 몇몇 이미지에서 드러나는 클리셰들, 자신의 설계한 작업적 키워드를 다소 삽화처럼 묘사하는 몇몇 풍경 이미지 등은 작업을 한 단계 성장시키기 위해 보완해야 할 숙제로 판단되었다.
박정윤의 영상 작업 ‘NECAMERAMANCY’는 에세이영화의 형식을 빌려 독특하고 기발한 이야기를 전한다. 작가가 태어난 해에 생산된 필름 카메라로 찍은 일상적인 사진들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아름답고도 기이한 필름 사진의 물질성을 보여주는 대목을 거쳐, 기묘한 퍼포먼스인 ‘카메라 강령술’까지 이어진다. 다소 황당무계한 내용 전개이지만 빠른 템포의 화면 전환과 다양하게 변형된 이미지가 교차하는 영상은 보는 이의 시선을 흡입력 있게 붙잡는다. 하지만 작가가 품고 있는 기존 장르와 문법을 향한 반감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또 그러한 반감을 바탕으로 선택한 방식들이 과연 자신이 다루는 키워드들을 연결할 때 효과적일지 한 번쯤 다시 점검해 보는 것이 필요해 보였다.
홍준협의 영상 작업 ‘타임머신’은 전반적으로 자연스러운 이야기의 흐름과 매끄럽게 이어지는 화면을 보여주었다. 이제 막 졸업식을 마친 남학생과 여학생, 그들이 만났던 교실 안과 그들이 함께 타임캡슐을 묻었던 교실 밖, 이렇게 두 인물과 두 공간을 중심으로 심플하게 구성된 서사의 구조는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또 집약적으로 전달해 주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두 인물의 배경이나 캐릭터 묘사가 생략된 부분, 두 인물의 대사와 표정으로만 전달되는 스토리라인과 감정선 등은 아쉬운 대목이었다. 두 인물의 캐릭터가 좀 더 입체적으로 묘사되려면 어떤 부분이 필요할지, 인물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다른 장치를 가미해 더욱 풍부한 감정을 전달할 수는 없을지 스스로 질문하고, 그에 관한 답을 작업으로 실천해 볼 필요가 있다.
■ 심사위원 윤정미
2023년 미래 작가상 심사에 많은 젊은 사진가들이 좋은 작업들을 출품해 주셨습니다. 그중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정된 사진부문 3명, 영상부문 2명 등 5분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넵니다.
또한 이번 기회에는 아쉽게 선정되지 못한 젊은 작가들에게는 실망하거나 좌절하는 등 일희일비하지 말고 본인의 좋아하는 작업을 꾸준히 지속하기를 당부 드리고 싶습니다. 계속하다보면, 또 다른 좋은 기회가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사진작품을 심사하였을 때에도 좋은 작업들이 많이 눈에 들어왔습니다만, 총9명의 최종 인터뷰을 통하여 작가의 작업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작가 여러분의 열의와 진솔함에 감동을 하였습니다. 그간 어떻게 작업을 진행시켜왔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작업을 하고 있는가 등을 알수 있었으며 세명의 심사위원들에게서 좋은 조언들을 들을 수 있어서 비록 금번에는 선정되지 않았어도, 그 시간을 통해 자신을 마주하고 객관화할수 있는 시간으로, 앞으로의 발전의 토대가 될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사진이란 예술 매체는 처음의 진입장벽이 낮고, 소재주의나 여러가지 면에서 참여하기 쉬운 쟝르입니다. 반면에 그에 따라 사진 작품이 상호간의 차이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유사해지며, 그 시대와 유행의 파도에 쉽게 휩쓸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작가 스스로 자신의 중심을 잡아야합니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 자기 자신을 더욱 객관화하고 내면으로 침전하면서도, 동시에 외부의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잊지 않고 있어야합니다. 타자와의 경쟁이 아닌, 자기자신의 작업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지속해 가야 합니다.
다시 한번 이번에 선정된 김가은, 박하은, 송상현, 박정윤, 홍준협 5명의 젊은 작가들에게 진심으로 축하인사 전합니다. 아울러 사진과 영상 작가들을 위한 박건희문화재단의 꾸준한 도움주심에 감사드리며, 이번에 아쉽게도 떨어진 젊은 작가들에게도 응원을 전합니다.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