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wasaki Practice ⓒ송민진
2024 미래작가상 수상자 발표
전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사진∙영상부문을 공모한 차세대 작가 프로그램 ‘2024 미래작가상’은 18회를 맞이하였다. 181명의 대학생이 공모에 참여하였으며 강영호 작가 ∙ 금혜원 작가 ∙ 손현정 큐레이터로 구성된 2024 미래작가상 심사위원회는 고유한 시각으로 주제의식을 잘 표현한 예술가로서 발전 가능성이 있는 4인을 최종 수상자로 선정했다. 미래작가상은 박건희문화재단과 캐논코리아가 주최 주관한다.
□ 수상자
사진부문 수상자
간현송(계원예술대학교 사진예술과 2학년) – Dry Play
장은수(경일대학교 사진영상학부 4학년) – MIND THE GAP
영상부문 수상자
길은지(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전공 3학년) – 찍다, 찍다, 재생하다, 번역하다
송민진(서울대학교 조소과 3학년) – Kawasaki Practice
□ 지원내용
4인의 수상자를 선정
– EOS R6 Mark II 24-105 USM KIT를 각 수상자에게 수여
– 오형근 사진가와 마스터 튜터링
– 2025년 캐논 갤러리에서 전시
– 작품집 출판
□ 심사평
■ 총평
2024 미래작가상 공모에는 총 181명의 학생이 참여하였으며 매체적 변화를 시도를 하는 작업들이 많았다. 내면의 이야기에 대한 다큐멘터리적인 접근부터 사회적 현상에 대한 책임의식을 지니고 작업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었다. 심사과정은 1차 온라인 심사에서 총 11명의 작업이 선발되었으며 2차 인터뷰 심사에서 심사위원의 전원 합의로 최종 4인의 수상자를 선정하였다.
장은수는 사회적 현상의 물리적 심리적 영향을 공간으로 연결짓는 작업을 하고 있으며 ‘MIND THE GAP’ 은 군위 지역의 인구소멸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면밀히 기록하고 있다. 간현송의 ‘Dry Play’는 감각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내는 작업으로 불편하고 인위적이지만 익숙해진 신체의 단면을 오브제와 함께 감각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길은지의 ‘찍다, 찍다, 재생하다, 번역하다’ 작업은 매체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으며 한 사진작가의 작업을 찍고, 재생하고 번역하는 여러 과정을 하나의 영상 필름으로 제작하여 작가의 견고하고 강렬한 세계를 본인만의 시선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송민진의 Kawasaki Practice는 현실모방을 통해 대의와 사욕의 충돌을 탐구하는 작업으로 작가가 직접 수공으로 세트를 제작하여 간극에 대한 갈등지점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2024 미래작가상 공모에 참여한 181명의 모든 지원자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 심사위원 금혜원
이번 미래 작가상 공모에 제출된 사진과 영상 작품들을 살펴보면서, 다양한 시도와 발전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사진 분야에서는 사회적인 주제부터 개인의 경험과 감각에 주목한 작업, 그리고 급변하는 오늘날의 디지털 미디어를 변형하고 실험적으로 활용하는 시도까지, 다채로운 접근방식을 보여주었습니다. 진지한 주제 의식과 새로운 매체 실험이 두드러지는 작품들이 공존했으나, 이러한 시도들이 정형화된 사진 문법을 벗어나 독자적인 시각 언어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영상 분야 역시 개인적 이야기부터 사회적 담론에 이르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주제 의식을 보여주었습니다. 일부 작품에서 자유로운 표현 형식과 실험적 태도가 돋보였으나, 대부분의 작품에서 평면적인 구성과 설명적 방식이 두드러지는 경향은 다소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주제를 드러냄에 있어 더욱 정교한 구성을 연구함으로써 성숙한 작품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심사를 진행하면서, 기성 작가들의 영향이나 전형적 형식이 답습되는 지점들에 대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어쩌면 이는 예비 작가들의 학습 단계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대학생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할 때 필요한 연구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단계를 넘어 독자적인 시각과 표현 언어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최종 선정된 작가들과 그렇지 않은 작가들의 작업 차이는 크지 않았습니다. 2차 심사에 오르지 못한 작품들 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시도들이 있었습니다. 하나의 공모전 결과가 작품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성 있는 작업이 지속될 때 그 가치는 자연스럽게 인정받게 될 것입니다.
선정된 4명의 예비작가들에게 축하의 말을 전하며, 이번 기회가 참가자들에게 자신의 작업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새로운 시도를 준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모든 참가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고유한 작품 세계를 구축해 나가길 응원하겠습니다.
■ 심사위원 손현정
사진은 시간과 공간을 하나의 이미지로 고정하며, 단순히 순간을 보존하는 것을 넘어 특정한 관점과 해석을 통해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 이는 사진 그리고 영상의 본질적인 정의로 통용되고 있지만, 동시대의 예술 현장에서는 고유한 매체적 특성이 단순한 기록의 범주를 넘어서야만 예술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강박이 작동하고 있다. 오늘날의 사진과 영상은 더 이상 그 자체로 완결된 매체로 여겨지지 않으며, 다른 매체와의 결합이나 기술적·미학적 확장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려는 시도를 요구받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창의적 탐구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동시에, 예술적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반드시 ‘확장’이라는 형태를 취해야 한다는 일종의 진부함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닐까. 결국, 사진과 영상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재해석되어야만 ‘예술’이라는 이름 아래 자리할 수 있다는 동시대의 압박 속에서, 그 자체로의 본질적 가치를 어디까지 보존할 수 있을지 질문을 던진다. 지원자 181명의 포트폴리오를 마주하며, 무엇을 보고 어떻게 기록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익숙한 표현이나 형식에 머무른 작품도 있었지만, 직관적이고 섬세한 시선을 자신만의 이야기로 발화하려는 모습이 돋보이는 작업도 있었다. 입상한 간현송, 장은수, 송민진, 길은지의 작업은 공통으로 사진과 영상 매체의 기록적 속성을 서사로 확장하는 시도라는 점에서 동시대 기록 예술의 가능성을 제시하며, 특히 한국의 젊은 예술가들이 어떤 과정을 겪고 있는지 볼 수 있었다. 또한,‘미래작가상’이 지향하는 매체 탐구와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데 있어, 작업을 살피고 조명하는 과정에 함께하며 그 중요성과 가치를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간현송은 이미지를 통해 감정과 기억의 흔적을 시각화한다.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삶과 죽음, 기억과 망각이라는 보편적이면서 철학적인 주제를 탐구하며,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서사를 구축하고자 한다. ‘무용’을 통해 체화한 감각적 경험을 부드러운 자연광과 세밀한 디테일에 초점을 맞추어 섬세하게 신체를 시각화한 점이 주목할만하다. 다만, 대상을 선택하고 이미지화하는 과정에서 정형화된 방식에 머물러 있어, 의도와 감정의 깊이가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 점이 아쉽다. 작업 노트에서 언급한 “불편함이 익숙함으로 변하는 과정”이나 “감정에 집중하는 시선”이 사진 속에서 조금 더 드러날 수 있도록, 이미지 간의 서사적 연결성을 더욱 강화한다면, 개인적 경험이 보다 넓은 공감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다.
장은수의 작업 ‘Mind the Gap’은 인구소멸로 인해 변화하는 공간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사진의 기록적 본질을 통해 지역적, 사회적 맥락을 시각화한다. 그는 빈집과 남겨진 공간, 그리고 그곳에 머무는 사람들을 차분한 시선으로 담아내어 변화의 흔적을 드러낸다. 사진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순간과 변화의 본질을 조명할 수 있는 도구이며, 장은수의 작업은 이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시선은 아직 표피를 훑는 단편적인 관찰에 머물러 있어, 공간과 사람 간의 상호작용을 보다 깊이 살필 필요가 있다. 그의 관심사가 공간과 그곳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의 물리적·심리적 관계를 시각적으로 드러내는것이라면, 현상에 대한 관찰과 개입을 지속적으로 꾸준히 시도해야 한다. 이를 통해 발현될 작업은 개인적 경험을 넘어 변화된 사회적 풍경을 드러내는 집합적 서사로 발전할 것이다.
송민진은 영상 작업을 통해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탐구하며, 비현실적 장면을 연출함으로써 현실의 부조리와 공허한 낭만을 드러내고자 한다. “내가 어떤 비디오 제작에 착수하겠다고 마음먹는 결정적 순간이란 일단 상상하던 현장에 도착했을 때, 거기서 조우한 대상이 나의 예상을 깨부수기 시작할 때다”라는 작업 노트에서 드러나듯, 그의 작업은 직관과 발견, 그리고 즉흥적으로 현상을 채집하려는 태도를 중심에 둔다. 예컨대, 축소 모형, 세트, 인형극과 같은 매체를 통해 현실을 재현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조잡함과 우스꽝스러움을 의도적으로 포착한다. 이러한 방식은 현실의 부조리와 비현실의 공허함을 동시에 드러내며, 관객에게 일상의 부조리를 새롭게 사유하도록 유도한다. 그의 비디오 작업이 아직은 시각적 실험에 머물러 있어 다소 연결성이 부족하고, 다양한 소재와 형식이 초점을 흐릴 수 있지만, 저널리즘적 요소와 관찰을 통해 드러난 현실적 맥락을 영상 내에서 구체적으로 시각화한다면 그의 작업은 단순한 형식적 실험을 넘어 완결성을 갖춘 구조로 확장될 것이다.
길은지는 사진과 판화, 영상, 출판물과 같은 다양한 매체를 결합하여 물질성과 시간성을 실험하며 이미지 간의 교차를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구축한다. 그녀의 작업은 매체 간의 관계에 주목하며, 판화, 필름, 조각적 지지체, 산발적인 파운드 푸티지 이미지를 조합해 내러티브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매체의 본질적 특성을 재구성하고, 이미지 자체의 의미확장을 시도한다. 특히, 데이터의 저장과 축적, 디지털 풍화와 같은 주제는 매체를 통한 기록의 본질과 시간적 변화를 새롭게 조망하게 한다. 매체 간의 교차와 새로운 내러티브 구축이라는 면에서 독창적이지만, 때로는 매체의 물질성과 시간성이라는 주제가 지나치게 기술적 접근으로 치우쳐 매체 선택의 필연성과 작업 의도가 다소 모호하게 전달될 수 있으므로 균형을 염두에 두며 작업을 이어 나가길 바란다.
■심사위원 강영호
약 180여명의 참가자들의 작품을 봤습니다. 오래된 미래, 혹은 낡은 진보, 정체된 고속도로(모두가 같은 길로 가고 있음), 참여적 예술태도(나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나도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태도),….
천재는 당연히 없었고, 괴물 혹은 악당조차 없었습니다. 저를 위협하는 당찬 상상력, 또한 없었습니다.
간현송은 작가의 세포가 작품에 베어 있다. 불안하고 불편한 신체 표현을 통해, “삶은 불편함에 익숙해지는 과정” 이라는 작가의 생각을 보여준다. 전체 포트폴리오 중, 2장의 사진만이 좋았는데, 그 2장만으로, 2024 수상자가 되기에 충분했다. 왜냐하면, 미래작가상은 과거나 현재가가 아닌, 앞으로의 가능성을 보고 칭찬을 해야 한다. 사라져가는 땅과 사람들을 만나고 기록하는 성실함, 여기까지는 한국의 수많은 사진작가들의 생각과 태도와 너무 똑같다. 즉 식상했다. 그러나 인터뷰 마지막에, 장은수는, 기록이라는 자신의 행위를 넘어, 사진의 대상이었던 사람이 마음 안으로 들어왔다고 했다. 나는 작품과 작업이 아니라, 이 말 한마디로, 그가 수상자가 되는 데에 이의를 달지 않았다. 그리고 그에게 조언했다 당신의 작업은 바로 거기에서 시작하는 것이라고. “부디 중립적 시선에서 머물지 말고, 작업의 대상의 편이 되어 작업하길 바랍니다. “ 길은지의 영상작업은 무엇을 말하는지, 내 지적 수준으로는 도저히 알아낼 수 없었다. LIFE지와 같은 책, 혹은 잡지를 만드는 편집장이 만든 영상같은 느낌. 그러나, 부산스러움과 복잡함을 견디면, 1980년대의 실험작가 그룹 ’Meta Vox’의 태도가 떠오른다. 바로 이 지점이 길은지의 미래이자 가능성이 보이는 지점이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탈주(脫走)다.송민진은 다듬어지지 않은 괴물적 아티스트가 될 수 있어 보인다. 하지만 대학의 다듬는 예술 교육 속에서, 혹은 사회참여적 예술 담론의 홍수 속에서, 재미없는 작가가 될 가능성도 있다. 심사위원 중 한 분이 대학원에 가서 더 공부하길 바란다고 했는데, 나는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 제도권에서 배우지 말고, 자신 안에서 보물을 캐내길 바란다. 심지어 탈예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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