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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 보편적 주거의 비공유적 가치 ⓒ류준열

민가을 1-1

sign ⓒ민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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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말했고 무엇을 생각했는가. ⓒ이지민

2019 미래작가상

■ 공모대상 : 전국 대학생 (전공 제한 없음)

■ 공모시기 : 2019년 8월 5일 – 8월 14일

■ 총응모자 : 130명

■ 심사위원
김성우 큐레이터
장민승 설치미술가
정경자 사진가

■ 지원내용
3인에게 총 6000만원 규모로 지원
– Canon EOS 6D Mark II와 EF 24-105mm f/4L IS II USM을 각 수상자에게 수여
– 심사위원회에서 추천한 사진가와의 1:1 튜터링 및 오형근 사진가와 마스터 튜터링
– 전시(2020년 4월 캐논갤러리)
– 작품집 출판

□ 수상자
류준열 (상명대학교 사진영상미디어학과 4학년) – 아파트 : 보편적 주거의 비공유적 가치 / 튜터 : 장민승
민가을 (서울예술대학교 디자인학부 사진전공 3학년) – sign / 튜터 : 최원준
이지민 (경일대학교 사진영상학부 4학년) – 무엇을 말했고 무엇을 생각했는가. / 튜터 : 전명은

□ 시상식
일시 : 2019년 9월 23일(월) 오후4시
장소 :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 대회의실

□ 심사평
■ 총평
2019 미래작가상 공모에 참여한 130명의 포트폴리오에는 지원자들의 열의와 애정이 담겨있었다. 작업자와 관계를 이루고 있는 대상을 사진이라는 매체로 재구성, 재편집하여 다루고 있었으며 그 대상은 인물, 오브제, 혹은 하나의 사건이 되기도 하였다. 시선의 확장과 이동 등 접근 방식에서 유연함이 드러났고 작업물을 진중하게 대하는 과정에서 몰입하는 작가적 태도를 엿볼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작품성을 갖춘 작업이 많았으며 동시대 대학생의 다양한 시각을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심사과정은 각 심사위원이 포트폴리오와 작업노트를 검토하여 우수 포트폴리오를 추천하고, 추천된 포트폴리오를 대상으로 심사위원회가 전원 합의로 최종 수상자 3인을 선정하였다.

류준열은 재건축을 앞둔 아파트의 내부와 외부를 자유롭게 이동하는 그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촬영하면서 대한민국의 경제, 문화, 사회 전반을 엿보는 아파트 연대기를 써 내려간다.
민가을은 본래의 기능을 상실하여 더 이상 인식해야 할 대상으로 여겨지지 않는 광고판을 촬영하여 이미 소비된 이미지(혹은 메시지)의 유효성을 질문한다.
이지민은 자신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고민을 담고 살아가는 20대의 청년을 대상으로 같은 세대가 공유하는 정서에 대한 관심을 포트레이트 형식으로 보여준다.

이 작업을 시작으로 2019 미래작가상 수상자가 가까운 미래에 활발히 활동하는 청년 예술가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공모에 참여한 130명의 지원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 심사위원 김성우
미래작가상 심사를 통해 접한 130명의 작업을 마주하며 많은 기대를 했다. 그 어느 때보다도 기록의 행위와 의미가 일상의 영역에서 미시적 차원으로 일어나고 있는 동시대에서 예술이라는 이름 아래 행해지는 젊은 작가의 사진은 무엇을 포착하고 어떤 의미를 그려내고 있을지 궁금했다. 그리고 이들 130명 지원자의 시선은 동시대의 젊은이들로서 과거 거대한 담론에 함몰되는 것에서 한 발짝 빗겨나 일상적인 차원과 미술적 담론을 가로지르는 어떤 좌표 값을 보여주고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실제로 그들의 작업은 꽤 흥미로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다. 첫째로는, 또래 집단의 감성에 치우친, 이미 익숙한 플랫폼에서 주어진 프레임으로 봐오던 일상의 것에서 머무르는 것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개인적 차원의 일상적 경험은 예술이라는 필터를 거쳐 보편의 영역으로 확장해야 하며, 감상의 차원을 넘어 동시대의 맥락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으며, 그것은 작가라는 타이틀에 주어진 책임감 같은 것이다. 두 번째로는 이미 지난 세대가 다뤄오던 주제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다시 또 같은 맥락에서 동일한 피사체를 담아내는 사진에서는 지금까지 달라진 것 없는 사회적 차원의 문제를 떠올리며 씁쓸함을 느끼기도 하였다. 아마 아직도 한국 사회에서 마주하는 다이나믹한 풍경(혹은 문제)은 아직도 그대로라는 자조 섞인 허탈감 같은 것이리라.
세대를 막론하고 우리 작가라는 존재는 결국 동일한 질문으로부터 시작할 것이다. 무엇을 바라보고, 무엇을 담아내어, 무엇을 얘기해야 하는가. 그것은 어떻게 미시적 서사에서 시작하여 보편의 의미를 획득할 수 있는가. 그 보편의 의미는 비판적인 관점에서 오늘날을 어떻게 그려내는가.  이와 같은 질문지는 심사 내내 본인에게 주어진 조금은 엄격한 잣대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그저 이 시대의 흐름을 그대로 기록하는 이보다는, 그 기록-이미지로부터 자신의 입장과 태도를 조금 더 정교화하여 세상에 다시 질문을 토해내는 이를 찾고자 하였다.
당선자인 민가을의 경우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코드화된 이미지 (혹은 메시지)의 포착으로 이 사회에서 통용되는 인식의 생성과 소비의 메커니즘을 비판적으로 사유하는 점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류준열의 경우 한국의 현대사를 관통하며 욕망을 투영하는 표상 중 하나인 아파트를 대상으로 국가 주도 하의 주거정책, 그리고 그것을 둘러싼 국민의 욕망을 살핀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게 되었다. 특히 자칫 잘못하면 재개발 등을 기록해오던 기존 선배 작가와 비슷한 시선으로 그것을 기록할 수 있었음에도 대상과 취하는 다양한 시선의 거리, 즉 아주 근접한 시선에서 시작하여 원거리에 이르기까지 그 시선의 거리를 달리하며 경제, 문화, 사회의 맥락을 살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였다. 마지막으로 자신 주변 또래들의 포트레이트 연작을 출품한 이지민의 사진에서는 그 세대가 공유하는 어떤 정서를 섬세하게 살핀 작가적 태도를 엿볼 수 있었다. 작업 노트에서도 볼 수 있듯 스스로에게 솔직해질 수 있는 공간에서 대화를 통해 긴장을 풀고 카메라에 담았다는 작가의 접근법은 충분히 설득력 있으며, 그렇게 담긴 이들의 사진은 개인의 초상에서 시작하여 곧 한 세대의 자화상이자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군상으로 확장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품기에 부족함 없었다.  

■ 심사위원 장민승
뒤돌아 보면 항상 불가피하게 무엇을 평가해야 하거나 선택해야 할 때는 그것이 큰 부담으로 다가왔었습니다. 그것에 따른 책임이 뒤따르기 때문일듯합니다. 이야기 나눠 보지 못한 다른 사람의 사고와 실천의 성과들을 제한된 형식과 한정된 시간에 우열을 가린다는 것은 판단 오류의 가능성도 있기에 심사자로 참여하는 것을 저는 가급적 멀리 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2019 미래작가상에 지원자의 대다수가 95년 이후에 출생한 청년들이었고 그 시기는 제가 대학을 다니며 현상소를 부지런히 드나들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러한 까닭에 저는 20여 년의 시간차를 두고 지금을 살아가는 청년작가들의 시야와 시각이 궁금했습니다. 130개의 연작들을 보면서 예상과는 달리 거기에는 기대했던 새로움이라는 것은 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것들은 멀리서 하루하루 보면 그대로 인듯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미세한 차이를 보이는 바위와 같은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다른 곳에서 도착한 무수한 사진들을 통해 오래 전부터 기성작가들이 어제를 남겼듯이 유사한 피사체를 오늘의 시점에서 젊은 눈빛과 각자의 사진기로 남기고 있음을 보았습니다. 마지막 사진을 다 보았을 때 이러한 지속에서 오는 가능성에 내일의 새로움을 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많은 부분에서 나타나는 현상처럼 지나치게 사사롭고 풍미만이 스며있는 사진들이 자주 눈에 띄는 경향은 우려되는 모습이었습니다. 모든 예술이 그러하겠지만 특히 사진은 수도자의 생활과 같이 몸과 정신이 맞물려 게으름을 멀리하고 일상과 연계하여 서서히 나아갈 때 비로소 예술로서의 지점과 만난다고 생각합니다. 사진 찍기와 수행은 일상에서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모두가 깨달음을 얻지 못하는 유사한 점이 있습니다. 홀로 하나의 렌즈를 통해 보는 세상을 느끼는 찰나의 사색은 무엇보다 큰 깨달음을 굴절시켜 비추어 준다고 느껴왔습니다. 2019 미래작가상의 수상자 민가을, 류준열, 이지민의 이 세 사람의 사진에서 앞서 언급한 시점과 시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지금 반짝거리기보다는 시간이 지난 후 다가올 시대에서도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였으며 앞서 지나간 사람들의 루트를 잘 살펴보기도 하며 봉우리에 이르는 그들만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진지한 눈빛을 사진을 통해 읽을 수 있었습니다. 작년 여름은 기억에 남을 만큼 뜨거웠던 볕 탓인지 복숭아가 달고 향기로웠습니다. 올해는 작년과 같은 복숭아를 한 번도 맛보지 못했습니다. 한결같은 열매를 맺는 나무는 아마도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아름다운 것은 꾸준하게 꽃을 피우려는 모습 자체라고 생각됩니다.

■ 심사위원 정경자
기대와 설렘으로 시작한 심사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고 최종 3명의 선정자를 위한 결정의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130개의 포트폴리오를 보면서 몇몇의 소수 지원자를 제외하고는 지원 작품이 형식과 내용면에서 어느 정도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조금 놀라웠다. 한편 새로운 것이 갑자기 튀어나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은 나 역시 잘 알고 있으면서도 대학생의 작업인 만큼 조금은 도전적이고 실험적이지 않을까 기대를 한 것도 사실이지만 전반적으로 참신함보다는 기존에 논의되고 이미 다뤄졌던 안정적인 주제가 많았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출품작의 성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었는데 첫 번째는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개인으로써 그 나이 때에만 할 수 있는 지극히 개인적인 고민과 자신의 존재와 정체성, 때로는 죽음까지도 대상으로 하는 감성과 생각을 시각화하는 작업이었다. 두 번째는 사회적인 현상이나 정치적 이슈 특히 도시와 개인의 관계에 대한 작업, 즉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아파트 재건축 현장과 그 변화에 따라 너무나 쉽게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기록에 관한 작업이 주를 이루었다. 어떤 작업을 보고 나의 취향에 따라 좋다 싫다 선택을 하는 것은 쉽게도 느껴지지만 그것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평가에 있어 포트폴리오는 주제를 잘 보여주도록 효과적으로 정리되었는지, 작업노트는 주제에 부합하게 설명을 하고 있는가를 중점적으로 봤으며 또한 매체의 특성을 잘 살려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보이는 작업을 선택하였다. 어찌 보면 별반 다르지 않고 비슷비슷한 생각과 주제를 어떻게 자신만의 시각과 언어로 포트폴리오 형식을 갖춰 정리해서 보여주는가에 차별성이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에 더해 작업의 지속 가능성과 기술적인 부분의 안정성을 함께 고려해서 보았다. 선정된 3명이 다른 지원자들보다 큰 차이를 보여주고 있었다라기보다는 자신의 색이 뚜렷하고 조금 더 작업의 발전 가능성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민가을의 ‘sign’은 광고판과 같은 메시지를 가진 피사체였지만 그것을 본래의 기능과 자리를 상실한 대상으로 보여준 작업이었다. 일관된 시선과 감각을 보여주는 작업이었다. 이지민의 ‘무엇을 말했고 무엇을 생각했는가’는 20대 주변 인물의 포트레이트를 통해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인하고자 한 작업이었다. 작업노트의 ‘사진을 촬영하는 행위는 표본을 만들기 위한 데이터의 수집 과정을 거친다’라는 표현이 작업이 어떻게 발전될 수 있을까 궁금증을 일으키는 작업이었다. 류준열의 ‘아파트: 보편적 주거의 비공유적 가치’는 아파트의 재건축 현장을 기록하는 보편적인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돋보이는 자신만의 시각으로 아파트 연대기를 기록하는 작업이었다.
마지막으로 선정 여부와 상관없이 지원자 모두의 작업에 대한 열정과 패기가 꾸준히 오래도록 이어지길 희망해 본다.

□ 마스터 튜터
오형근

□ 1:1 튜터
장민승(설치미술가), 전명은(사진가), 최원준(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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