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의 맛, 2014
article, 김해주
‘정통의 맛’은 그저 디자인의 일부로, 혹은 예시로 제안된 식품 포장지의 조리예 사진을 규범으로 삼아 오랜 준비의 과정을 통해 정확히 시각적으로 재현하며 먹을 수도 있는요리로서 구현해 낸 작업이다.
이를 위해 선택한 8종류의 식품은 20세기 초 한국의 식품이 산업화가 시작, 진행되어온 역사에서 의미가 있는 것들인데, 예를 들어 인스턴트 라면 중에서 판매 누적 갯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진 농심 신라면, 한국 최로의 레토르트 식품인 오뚜기 3분카레, 수많은 군소 국수 공장과 가내 수공업 업체들을 통합해 온 오뚜기 국수와 국수 장국, 등이다.
이미지에서 보여지는 각각의 재료들의 크기와 비율, 색깔을 맞추고, 같은 디자인과 크기의 그릇을 찾아내거나 만들고, 전시장에서 관객들은 미리 음식을 주문하고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고 먹을 수 있는 퍼포먼스의 과정이 포함된다. 조리예는 예시에 불과한 듯, 혹은 그저 가상의 것인 듯 보이지만 광고의 하나로서 우리가 원하는 어떤 이상적인 상황을 제시하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은 현대 사회에서 산업화된 음식, 기업의 규격화된 조리법에 따라 만들어진 음식을 소비하는 우리의 일상적 삶의 모습을 보게 한다. 이는 평균화된 감각과 인지에 대한 저항이며, 동시에 예술에 있어 오래된 화두인 시각적 재현의 측면에서, 미술이 실제를 묘사해 왔다면, 이 작업을 통해 이미지의 가상성을 실재하는 것으로 되돌려놓는다.
식품의 레시피를 따라간다 해도 그 조리예와 똑같은 결론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속임수 아닌 속임수이다. 결국은 예시라는 이름으로 보기 좋게 만들어진 허구라는 것을 알면서도 작가는 끝까지 따라가 본다. 어떤 강제성도 없는, 단지 스스로에게 철저할 뿐인 이러한 작업의 과정에 대해 ‘왜 하는가?’ 보다는 ‘왜 하지 않으면 안 되는가?’라고 질문하는 쪽이 더 적절할 것 같다.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이면서 핀셋으로 밥알의 각도를 바로 잡는 행위가 이미지의 허상과 그 배경에 있는 실제를 드러내는 폭로의 과정에만 방점이찍혀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보다는 작가가 이전의 작업에서부터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속도의 문제와 노동의
경험을 통한 수행의 연장성에서 생각해 볼 수있다. 이렇게 ‘한정 없는 일”에 무한의 시간을 쓸 수 도 있다는 것에 주목하는 것이다. 이미지와 실제가 같지 않다는 관습적 이해를 받아들이자면 카레는 3분이면 해결되고, 햇반은 1분 30초안에 결론이 난다.
받아들이면 어떤 실망도 없지만, 이것을 질문하기 시작하면 문제는 세 시간으로 여섯시간으로 연장된다. 심지어 2년의 시간을 기꺼이 투자할 수도 있다. 인스턴트의 시간은 한 없이 긴 시간으로 이어진다. 시간을 달리 사용하는 것은 나를 눈뜨게 하고, 걷게 하고, 일하게 하고, 잠들게 하는 것들의 외부적 요구와 조건에 대해 의심하는 것, 그리고 그것이 동반하는 규범, 인증, 증명의 방식에 질문을 던지는 것과 연결된다. 구민자 작가의 요리의 과정과 그
끈질긴 시간의 사용은 바로 그 이야기를 하고있다고 생각한다. 이 정신없는 한국 사회가 돌아가는 평균적인 속도가 자동차에 가깝다면, 평범한 사람에게 부착된 엔진은 겨우 자전거 정도이고, 구민자 작가 작업의 출력 엔진은 이보다 더 느린 것 같다. 그렇다고 느린 속도가 평온하고 안정된 세계만을 그려내고 있는가?라고 한다면그럴리가. 속도감의 상실은 반대로 익숙한 세계를 의심할 수 있는 감각을 되살려 준다.
— ‘정통의 맛’ 작업에 대해 쓴 평론글 ‘맛과 멋’ 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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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민자
[학력]
2007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졸업
2002 연세대학교 인문학부 철학전공 졸업
2000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개인전]
2018 Inside The Belly Of Monstro : 경복(鯨腹) – CItadellaan 7, 겐트, 벨기에
2016 Leaking Pipe – 라운드어바웃, 서울
2013 성격 개조와 자기 표현, 구민자 아트페어 – 킴킴 갤러리 at 테이크 아웃 드로잉, 서울
2011 대서양 태평양 상사 – Moore Street Market, 뉴욕
2009 Identical Times – 스페이스 크로프트, 서울
[그룹전]
2018 올해의 작가상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서울
2018 서울 미디어씨티 비엔날레 2018 : 좋은 삶 –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2018 One Northeast – Zarya Contemporary Art Center, 블라디보스톡, 러시아
2017 DO IT, Seoul – 일민 미술관, 서울
2017 The Great Machine IV – J. Trepat Museum, 타레가, 스페인
2017 OK VIDEO Festival – 자카르타, 인도네시아
2016 C as in Curry S as in Seen- Marion de Cannier Art Space, 앤트워프, 벨기에
2016 Who’s Who – 웨일리 아트, 타이페이/ 시청각, 서울
2016 The Empty Foxhole – HISK, 겐트, 벨기에
2016 시의 부적절한 만남 – 대안공간 루프, 서울
2016 동백꽃 밀푀유 – 아르코 미술관, 서울
2015 혼자 사는 법, 커먼센터, 서울
2015 HISK 오픈스튜디오, 겐트, 벨기에
2015 View From Above – BIN, 뚜른훗, 벨기에
2015 And No Matter What The Phone Rings – the 6th Moscow Biennial Special Exhibition – CCI Fabrica, 모스크바, 러시아
2015 모두를 위한 식탁- 포항 시립 미술관, 포항
2014 생생화화, 경기도미술관, 안산
2014 응답하라 작가들, 스페이스 오뉴월, 서울
2014 아페로, 누하동 153, 서울
2014 안양 공공예술 프로젝트 2014 – 안양
2014 Home/Work – 시청각, 서울
2014 Once Is Not Enough – 시청각, 서울
2014 The Part In The Story Where A Part Becomes A Part Of Something Else – Witte de With(비트 드 비트), 로테르담, 네덜란드
2014 Zoom 2014 – Gallery Dohyang Lee, 파리, 프랑스
2013 젊은 모색 –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13 쭈뼛쭈뼛한 대화 – 아트선재센터, 서울
2013 2의 공화국 – 아르코 미술관, 서울
2013 Love Impossible – 서울 대학교 미술관, 서울
2012 Trading Futures- Taipei Contemporary Art Center, 타이페이, 대만
2012 세탁기 장식장 – 서대문구 재활용센터, 서울
2012 Doing – 금호미술관, 서울
2012 동네미술 – 경기도 미술관, 안산
2012 그 거리의 창의적인 자세 – 금천 예술 공장, 서울
2011 제 10회 송은미술대상전 – 송은 아트 스페이스, 서울
2011 About Books : 셀 수 없는 모음-상상마당, 서울
2011 Open studio – International Studio & Curatorial Program, 뉴욕
2011 안녕없는 생활들, 모험들 -부산 시립미술관, 부산
2010 제 3회 안양 공공예술 프로젝트(APAP 2010)- 안양
2010 직선은 원을 살해하였는가-공간 해밀톤, 서울/ La General, 파리
2010 제 10회 서울 뉴 미디어아트 페스티벌(NEMAF)-서교예술실험센터 , 서울
2009 서교육십:인정게임-상상마당, 서울
2009 성장을 부르는 습관들 -갤러리175, 서울
2009 생각 – 대안공간 반지하, 대전
2009 공정한 심판-갤러리 175, 서울
2009 VIDEO:VIDE&O-아르코 미술관, 서울
2009 NOW WHAT: 민주주의와 현대미술-공간 해밀톤, 서울
2008 쌈지스페이스 오픈스튜디오-쌈지스페이스, 서울
2008 08 타이페이 비엔날레-타이페이 시립미술관, 타이페이
2007 구민자 김영은 2인전 – 175 갤러리
2007 Air Parcel – 쌈지 본사 윈도우 갤러리
2006 이민가지 마세요 3 : 동숭구경 – 갤러리 정미소, 서울
2003 재능을 꽃피우자 – 한국예술종합학교 중정갤러리
[프로젝트 및 퍼포먼스]
2016 Etcetera IV – SMAK, 겐트, 벨기에
2016 Belgium Performance Festival 3 – 브뤼셀, 벨기에
2016 Impakt Festival : Authenticity? – 유트레흐트, 네덜란드
2016 오늘날의 파스타 – Marion de Cannier Art Space, 앤트워프, 벨기에
2016 Leaking Pipe – CCI Fabrica, 모스크바, 러시아 / Corxhapox, 겐트, 벨기에
2008 One & The Others – Hangar(앙가), 바르셀로나, 스페인
2007 향연 – 쌈지스페이스, 서울
2007 Air Parcel – 쌈지 본사 윈도우 갤러리
[레지던시 및 수상]
2017 가스웍스 레지던시 프로그램, 런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원)
2015 -2016 HISK 프로그램(Hoger Instituut voor Schonen Kunsten), 겐트, 벨기에
2015-2016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국제교류 해외 레지던시 지원
2011 International Studio & Curatorial Program, 뉴욕
2010-2011 경기창작센터, 안산
2010 송은 미술대상 우수상 수상
2008 Hangar Residency and Fellowship, 바르셀로나(쌈지 스페이스, 앙가르 지원)
2008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신진예술가 지원
2007-2008 쌈지스페이스 스튜디오 프로그램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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