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관 / Motel (inn), 1999-2005
artist statement
모텔은 ‘숙박 서비스’ 업종의 공간이고, 휴식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공공의 공적 장소이다. 또한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그 시간 동안은 사적 공간으로 전환되는 공간의 특성을 갖고 있다. 한국의 일상 풍경이 되어버린 러브 모텔은 오래된 ‘여관’의 개념보다는 좀 더 섹스가 어필되는 공간으로 연상된다. 우리는 하나의 공간에 대해 지각하는 방식이 이미 사회적으로 형성된 습관과 인식을 토대로 받아들여지는데, 여관이 갖고 있는 숙박과 쉼의 개념보다는, TV매체나 지면을 통해 불륜의 공간으로 남녀 간의 정사가 이뤄지는 공간으로 인식한다. 나의 첫 Motel 경험은 성행위를 하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80년대 후반 목숨을 걸고 대모 하던 학창 시절 때 학교 내에서 스터디를 금지했기 때문에 학교와 경찰의 눈길을 피해 찾았던 추억과 의지가 있던 공간이다. 좁은 복도를 따라 들어간 공간은 어둡고 칙칙했고, 방안에 들어갔을 땐 락스 냄새와 비누냄새가 뒤섞여 코를 자극했다. 두껍고 칙칙했던 커튼, 기다란 형광등, 하얀 수건이 가지런히 접혀있고, 물통과 물컵이 나란히 쟁반 위에 업혀 있다. 좁은 방에 여러 명이 한꺼번에 들어갔지만, 나는 나 혼자 이방을 들어와 있는 듯 낯선 공간을 그렇게 맞이했다.
‘Motel’ 작업은 서울의 도시공간에 대한 관심과 번창하는 도시일수록 기생적으로 불어나는 모텔들의 현실을 작가의 개입 없이 현장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고자 했다. 일상적인 생활에서 벗어나 좀 더 자극적이고, 유혹적인 욕구에 충실할 수 있는 곳을 찾는 도시인들과 이들을 끌어들이게 만드는 욕망의 공간들을 작가의 개입 없이 현실을 보여준다. 모텔들의 섭외는 20-30년 정도 오래 경영하여 공간의 인테리어를 통해 오래되고 짬뽕된 인테리어를 보여주는 곳과 현재 새롭게 만들어지는 이벤트 형식의 공간들로 작업된다.
사진은 침대, 조명, 커튼, 실내장식과 손님이 사용한 물건들로, 손님을 기다리는 깨끗한 방과 이미 사용되어져 흔적만이 남아있는 방이다. 모텔의 침대와 벽지는 일상적인 가정의 침대의 정형성을 벗어나 있고, 침대의 머리맡의 장식과 거울, 섹시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델의 사진과, 조잡하고 선정적이게 느낄 수 있는 조명과 커튼, 천장 장식은 일반가정에서는 볼 수 없는 장치들이 즐비하다. 새로 지어진 모텔 공간들은 야광으로 된 우주그림과 물고기가 헤엄치는 바다, 오감을 자극하는 시각적 편리함과 특히 도심 속 모텔들은 거대 자본이 투입되어, 상상을 초월하는 이벤트식의 러브 체어, 천장과 바닥 3면이 수족관, 영화 스크린, 무인 시스템 등 모텔 공간 속에서 모든 것들을 해결할 수 있고 사람들의 궁금증을 유발하게 만든다.
모텔 공간은 일상적인 공간의 규율로부터의 일탈과 정형화된 삶으로부터의 이탈을 지시하는 기표들로 가득 채워져 가고 있다. 모텔의 외형도 각 지역과 장소에 따라, 모던 스타일, 로코코나 바로코 양식의 휘향 찬란한 대리석 건물과, 한국의 전통적인 온돌방이 있는 찜질방식 모텔 등, 밤이 되면 호화찬란한 조명과 싸이키로 불야성을 이룬다. 또한 들어가는 입구와 출구가 따로 있고, 주차장의 번호판 가리개를 설치해주어 익명을 보호해 준다. 이러한 서비스는 주변 의식을 덜 받을 수 있고,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주는 것이다. 근래에 오래된 모텔들은 한국의 방 문화를 통해 집과 흡사한 온돌방을 제시함으로써 외국인들을 체험하게 한다.
‘Motel’ 작업은 서울의 축소판처럼, 많은 사람들의 군상들이 들어오고, 빠져나가고를 반복하는 도시의 단면들을 드러낸다. 모텔은 정해진 금액으로 일정 시간 동안 공간을 점유할 수 있는 사적 공간으로, 휴식과 일탈의 자유를 만끽하게 하는 감정과 행동들을 수용하게 하고, 가슴 후끈한 첫사랑을, 헤어진 사람을 그리워하며 또 다른 사랑을, 이탈된 사랑을, 또는 집은 없지만 고단한 몸을 누울 수 있는, 죄를 짓고 숨어있는 도피처로서의 기능 등을 하고 있다.
이은종, Lee Eunjong
[학력]
상명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사진학과 졸업
[개인전]
2008 Motel, Pine Street Creative ARTS Centre, 시드니, 호주
2006 A STUDIO-Space A, Chim Gallery, 서울
2002 여관 YEOGWAN, Gallery La Mar, 서울
[그룹전]
2009 Magic Moment: Korea Express, Hannover Messe, 하노버, 독일
2009 읽는 사진, 느끼는 사진,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 분관, 서울
2009 시시비비 視視比比, 대안공간건희, 서울
2009 예술가의 방, 신세계백화점갤러리, 인천
2008 사진의 북쪽 On Photography, KwanHoon Gallery, 서울
2008 Higashikawa Foto Festival 2008, HOKKAIDOU, 일본
2007 Secret, Mystery, Illusion, Kaunas Photo 07 KETVIRTASIS FOTO GRAFIJOS FESTIVALIS, 카우나, St리투아니아. George
2006 제16회 FOTOFO Festival, 한국현대사진展, 블라티스라바, 슬로바키아
2006 표류일기, 동덕아트갤러리, 서울
2006 Photograph and life 생활 속 문화 제안, 갤러리쌈지, 서울
2006 2006 Korea Photo Fair Photograph and life Art, Art and dream Gallery, 서울
2006 들여다 봄, 갤러리락, 서울
2006 Un sync, 공갤러리, 서울
2005 間 기획展, 경인미술관, 서울
2005 서울 청년미술제 포트폴리오 2005,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2004 도시에 머문 시선 젊은 사진가 릴레이展, 대안공간풀, 서울
2004 다큐먼트 Document展,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2004 MoMo 단편영화 촬영
2003 경주세계엑스포 ‘한국 현대미술에 나타난 성’, 경주엑스포장, 경주
2003 서울생활의 발견 ‘삶의 사각지대를 보라’, 쌈지스페이스, 서울
2002 Exposition FIERTE DE LA COREE- Parc des expositions de Colmar, Colmar, 프랑스
2002 Boiling Point 기획展, SPACE ZIP, 서울
2001 산전수전 기획展, 대안공간풀, 서울
2001 Alternative Photography 기획展, 상명대학교갤러리, 서울
2000 상사화 단편영화 제작
2000 여자 그 아름다운 Fiction 기획展, SK photo gallery, 서울
2000 젊은사진가展, 대구문예회관, 대구
2000 Alternative Photography 기획展, 갤러리보다, 서울
1999 Image Science기획展, Kodak Photo Salon, 서울
1998 City landscape기획展, Ciba Gallery, 서울
1997 Ism 기획展, Kodak Photo Salon, 서울
1997 Incheon Festival, 인천 월미도, 인천
1996 대학로거리축제, 대학로, 서울 외 다수
[작품소장]
2010 KT&G 상상마당
2008 UTS Gallery
2007 서울시립미술관
[출판]
2009 Magic Moment: Korea Express, AGIBOOKS
2008 사진의 북쪽, 월간사진출판
2003 식물성의 사유, 마음산책
2003 서울생활의 발견, 현실문화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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