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애호가와의 또 다른 커뮤니케이션 저렴한 비용과 동시다발적인 전시효과라는 메리트를 가지고 전 세계 미술애호가와 작가가 만날 수 있는 만남의 장 – 인터넷 가상화랑 / 1995년 8월 7일 THE DESIGN NEWS WEEKLY

흔히들 전시장하면 오랜 전통을 가진 인사동거리나 요즘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청담동거리를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화 시대, 정보화시대를 맞이하여 이런 개념들이 차츰 무너지고 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해외초대전과 인터넷상의 화랑들에 의해 국내작가들의 전시 개념이 바뀌어가는 것이다.
세계는 빠르게 변화하고 문명의 이기는 날로 번창하고 있는 지금 한국의 미술계는 늦잠을 자고 있는 것은 아닐까?
50억이 넘는 인구가 살아가는 우리의 지구촌에서는 하루에도 수십만 아니 수백만 명 이상의 작가들이 새로운 창작물들을 탄생시키고 있는데, 이런 상황 속에서 묵묵히 한구석에서 자신의 작품세계를 구축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보의 홍수시대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수동적인 작품소개보다는 적극적인 홍보와 소개가 필요하다. 작가에게 있어서 홍보란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는 것이 가장 큰 방법 중의 하나인데 지난 112호에서 언급했듯이 한번 개인전을 치르려면 엄청나게 많은 시간과 노력과 비용이 들게 된다.

[인터넷 가상화랑]
그렇다면 평범하고 수동적이며, 전통적인 방법으로 일정 공간을 임대받아 전시하는 방법도 괜찮겠지만, 이왕이면 좀더 확실하게 또 좀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동시에 소개할 수 있다면 그 방법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그 방법이란 바로 인터넷상의 가상 화랑을 말하는 것인데, 우선은 인터넷이라는 말부터 조금은 생소할 것이다. 인터넷이란 용어는 불과 일년도 채 안되는 기간 안에 급속도로 확산된 것으로 특히 보수성향이 강한 미술계에서는 더욱 낯선 단어임에 틀림이 없다. 더욱이 인터넷 가상화랑이란 개념이 국내에서 처음 시작된 것은 95년 4월부터라 불과 4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아 지금 생소하게 느껴지는 것은 오히려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외국의 경우 이미 1994년 인터넷에 접속된 네트워크가 약 3만개, 접속된 호스트만도 약 50만대에 약 4천만 명의 이용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연간 증가율이 270%에나 이르고 있어 인터넷을 통한 전시효과는 기대 이상이라고 한다.
현재 국내에서 인터넷 가상화랑을 운영하고 있는 곳은 다음커뮤니케이션뿐인데, 이곳에서 한번 전시를 하게 되면, 전시 전에 먼저 Eㆍmail을 통해 전 세계 인터넷에 연결된 화랑, 각 대학 그리고 일반인들에게 초대장이 보내지고, 전시가 열리는 다음커뮤니케이션의 한 사이트에서는 작가의 이력사항부터 전시초대의 글, 작품 등이 모두 게재되어 있어 누구든지 그 작가의 사이트에 들어와 구경을 하고 나갈 수 있다.
동시 다발적으로 자신의 작품을 소개할 수 있는 이 가상화랑을 국내최초로 열었던 박건희씨의 Images & Images 전의 경우 하루에 7,000번 이상의 방문자가 있어 그 전시효과가 어느 정도 인지 충분히 감지할 수 있었다.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전 세계에 자신의 작품을 소개할 수 있는 인터넷상의 가상화랑은 현재 다음커뮤니케이션에 최소 제작비(작품과 전시 레이아웃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100만원 정도)만 지불하면 전시가 가능하다고 하는데, 그 방법은 먼저 작품을 (입체의 경우 비디오를 사용할 수도 있고, 여러 측면에서 입체적으로 촬영할 수도 있다) 촬영한 다음 스캐너로 화면을 읽어 낸 다음 가상화랑에 작가가 원하는 레이아웃에 따라 전시를 하면 된다.
전시하는 공간을 하나의 사이트라고 하는데, 이 사이트에 들어와 전시를 관람하는 사용자들은 1분에 30원 정도의 요금만 지불하면 되고 전시장에 들어와서는 방문록 작성에서부터 작품의 디테일한 면까지도 감상할 수 있어 일반화랑에서 전시를 감상하는 것과 같은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물론 작품을 사실 그대로의 사이즈로, 그 전시공간 전체에서 느낄 수 있는 감동 등은 떨어지겠지만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는 전시를 자신의 책상에 앉아 편안히 감상할 수 있다는 이점을 가지고 있어 실제 공간을 임대해 전시하는 것보다 작가나 관람객 모두에게 편의를 제공하게 된다.
인터넷상에 전시를 할 경우 작가들에게는 또 하나의 이점을 얻을 수 있는데, 이는 바로 해외 기획 초대전의 기회가 많아진다는 것이다.
현재 해외 유명화랑에서는 대부분 인터넷 가상화랑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어 일일이 직접 만나기 힘든 작가들을 가상화랑을 통해 접해보고 작품성이 인정되는 경우 기획초대전의 섭외가 들어가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작품의 판매도 더욱 용이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등 많은 이점을 가지고 있어 이제 국내 화랑 계에도 큰 파고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글. 박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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