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임팩트 + EOY, 2019
artist statement
우리는 멸망한 미래를 살고 있다. 1995년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에서 2015년은 거대한 로봇이 등장하고 지구는 두번째 멸망해서 바다가 온통 빨간색인 미래였는데, 현실에서는 이미 3년 전이다. 1982년 영화 블레이드러너에서 인간과 인조인간을 구별하기도 힘들었던 2019년이 바로 며칠 전 시작되었다. 20세기에 암울한 미래로 설정되었던 날들이 이제는 현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나는 2019년 이 집을 떠나야 한다. 집주인이 집을 팔 거라며 나가달란다. 어디로 이사를 가야할까? 지금 살고 있는 연남동, 전/월세는 엄청나게 올랐을 것이다. 이 동네에서 계속 살긴 힘들다. 결국 떠나야 한다. 이 집에 사는 동안 에바에서 닥쳤던 2015년 서드 임팩트보다 충격적인 세입자 인생의 팩트 폭행. 21세기 지구는 아직 망하지 않았지만 나는 20세기부터 21세기까지 임팩트의 연속이다.
무한 충격에서 살고 있다.
시간은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만, 속도가 다른 여러 개의 시간이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시간을 되돌릴 순 없지만 다른 시간으로 건너갈 수 있는 것이다. 한 사람에게도 여러 개의 시간이 있고 사람마다 가진 시간이 또 모두 다른 것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난다는 건 다른 시간이 발생한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 우주에는 수조 수백억 개의 시간이 있고 또 계속 생산되고 있다. 무한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 그 속에서 나는 내가 아니다. 과거의 나는 내가 아니다. 이토록 수많은 시간에 하나의 나’라는 게 존재하는 걸까?
생각이 꼬리를 물다가 문득 저런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내가 사는 시간이 여러 개이고, 난 늘 죽고 또 살고 있고 하나의 나’ 라는 게 없다. 나는 팩트 폭행의 시간에 있다가 서드 임팩트의 시간으로 건너가기도 한다. 여러 개의 나로 살면 좀 더 망해도 상관없고 이런저런 재미를 찾으면서 살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사는 곳곳에 사도가 함께 살고 있는 곳곳에 나는 살아가고 있다.
기운이 좀 나는 듯하다.
다음에 계속>
EOY – The End Of Yeonnam
이사를 하였다.
연남동 집의 생활은 끝났다.
바로 옆 동네인 성산동에 집을 구할 수 있었다.
빚이 또 생겼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텅 빈 연남동 집 사진을 찍고 텅 빈 성산동 집으로 들어왔다.
계약 전에 집을 보러 왔을 때는 없었던 곰팡이가 방구석을 뒤덮고 있었다.
‘사도 출현’
벽지를 뜯었고
곰팡이 제거제를 뿌렸고
며칠동안 가구는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
끝나도 끝난 게 아니었다.
김정기
[선정]
2023 전태일기념관, ‘평화를 준수하라’ 전시 참여, 외벽 빌보드 전시 작가 선정
2023 서울시립미술관,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사전프로그램 ‘포트폴리오, 서울’ 선정
2023 보스토크프레스-wrm, ‘2023 docking!’ 6인 선정
2019 후지필름-매그넘 포토스, ‘HOME’ 포트폴리오 리뷰 선정
[목록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