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명숙의 바다, 2003
태풍이 치거나 폭우가 쏟아지는 바다는 무섭기도 하고 설레기도 한다. 때로는 바람에 창문이 뒤흔들려 잠 한숨 못 자도 이 바람이 멎으면, 이 비 그치면 좋은 영상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 들뜬 마음으로 지새기도 한다. 사진을 찍다 보면 언제나 나는 없고, 춥고 배고픈 사람만 있다. 이 큰 섬 제주에서 아는 사람 하나 없이 보름 정도 지나면 말하고 싶어서 저절로 소리가 나온다. 으악! 며칠을 빗소리만 듣고 해변을 들락날락하면서 언제 개이나, 언제 개이나 하면 벌써 개어 있다. 한겨울 제주도 칼바람 불고 비 오는 바닷가에서는 그저 도망가고 싶다.
남들이 쓰지 않는 공간을 가지려고 용을 써 본다. 바다를 어느 눈높이에 놓고 바라볼까. 수평선을 어디다 놓을까 생각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가끔 서울에서는 전깃줄을 보고 수평선이 생각났는데… 지금 이 바다는 절망적인 어두운 바다를 표현했지만, 그 속에 희망이 툭 튀어나온다. 예전에 나는 여자여서 너무 절망했다. 게다가 작고 말 없고 사교성이 없는 것에 또 한 번 절망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런 것들이 나를 만드는 힘인가 보다. 어느새 나도 혼자 바다 사진 찍는 것을 즐기고 있다.
바다는 그저 자기 모습만 보여주고 나는 내가 보고 싶은 바다 모습만 본다. 나와 바다는 그런 사이다. 며칠을 기다려서 찍고 싶은 사진을 찍으면 난 세상에서 가장 큰 부자가 된다. 바다 앞에 서 있었다는 것이 마냥 좋을 뿐이다.
2003년 여름 빗소리를 들으며
윤명숙, Yoon Myung Sook
[학력]
상명대학교 사진예술학과 졸업
[개인전]
2008 바다, 빛을 탐하다, 갤러리브레송, 서울
2003 윤명숙의 바다, 갤러리룩스, 서울
1991 풍경, 파인힐 갤러리, 서울
[그룹전]
2007 FLOWER, 담갤러리, 서울
2005 나를 미치게 하는 바다, 라메르, 서울
2005 한반도와 바다, 국립민속박물관, 서울
2005 한반도와 바다, 광주시립박물관, 광주
2004 바다 내게로 오다, 라메르, 서울
1996 우리사진 오늘의 정신展, 인데코, 서울
1994 민족사진가협회 그룹展, 디자인포장센터, 서울
[출판]
2003 THE SEA, 일출판사
1993 INTRODUCING SEOUL, 한림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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