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깃, 2023-
artist statement
겨울깃은 번식기인 봄과 여름이 지나고 가을쯤에 새로 나는 새의 깃이다. 겨울깃은 우리가 떠올리는 화려하고 매혹적인 새들의 모습과는 다르다. 겨울깃을 갖춘 새의 모습은 좀 더 평범하고 이목을 끌지 못하고 기억되지 않는다. 도시에는 이렇게 기억되지 않고 주목받지 못하는 새들의 일상이 있다. 이들은 사람을 위해 도시에 세워진 투명한 벽에 충돌해 목숨을 잃는다. 하루에 2만 마리 한 해에 800만 마리가 건물의 유리창과 방음벽 앞에서 생을 마감한다. 나는 그동안 알아왔던 모습과는 다른 이들의 삶을 기억하고 싶었다. 사람들이 쉽게 떠올리고 기억하는, 아름답거나 자유롭게 비행하는 그런 모습이 아니라 이 도시에서 기척도 없이 사라지는 생명이 있다는 것을, 겨울깃의 모습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새를 보는 법, 새를 만지는 법은 의외로 쉽다. 아파트 방음벽 주변에서 하늘이 아닌 땅만 보고 걷다 보면 새를 만날 수 있다. 이제는 날지 못해 한 손에 쥐어지는 새를 종이 위에 올리고 시간이 흐르길 기다린다. 내가 사건의 목격자인지, 마지막을 함께해 주는 사람인지, 이 죽음의 원인인지 생각하며 어떤 감정도 태도도 취하지 못한 채 종이 위로 이들의 모습이 남겨질 때까지 기다린다.
나는 새를 좋아하지만 다시는 새를 보고 싶지 않다. 만지고 싶지 않다. 새가 나를 떠나가 줬으면 좋겠다.
그렇지만 어김없이 다시 만나게 된다. 이 도시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우리는 계속 땅에서 만나게 될 것이
다.
장소영
[학력]
2021 중앙대학교 공연영상창작학부 사진전공 학사 졸업
2022- 중앙대학교 조형예술학과 순수 사진 석사 과정 재학 중
[그룹전]
2023 우리, 빛나는 가치, 경기상상캠퍼스 공간1986, 수원
2023 사진, 익숙하고 낯선 말들, 아미미술관, 당진
2023 Ready to Shoot, 서울문화재단 청년예술청 화이트룸,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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