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예술단, 2014-2018
artist statement
‘아버지와 여동생이 북한을 탈출하다가 이 강에서 실종됐다는 소식을 들은 지 7년이 지났다고 한다. 예린은 술 한 잔을 강에 뿌리고는 낮게 “아버지”하고 울먹였다. 강 건너 초소에 북한군이 서성이고 있어, 크게 소리 내어 울지는 못했지만 예린의 두 눈에는 계속해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만주 벌판에서 낮게 불어오는 바람이 옷깃을 파고들고 채 녹지 못한 눈들이 두만강의 풍경을 시리게 만들고 있었다’.
북한을 탈출한 예린과 함께 몇 년 전 늦가을 북한(North Korea)의 접경지역인 중국 연변조선족자치주 도문(Tumen)시 인근의 두만강을 방문하였을 때 모습이다.
예린은 북한을 탈출한 후 10여 년을 중국에서 떠돌다 10년 전쯤 한국(South Korea)으로 왔다. 북한에서의 삶이 행복했었다고 생각될 정도로 중국에서의 삶은 힘들었고, 몇 번의 고비를 넘기고 나서야 한국에 오게 되었다. 희망을 품고 온 새로운 땅이었지만 사는 것이 녹록지 않았다. 여러 일을 하면서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고, 지금은 아리랑 예술단의 단원으로 살고 있다. 아리랑예술단은 탈북민들로 구성된 공연단체다. 살기가 힘들어 북한을 탈출했지만, 한국에서 살아가기 위해 또다시 북한 노래와 춤을 춰야 한다. 주로 지방의 축제 무대나 통일 관련 행사에 초청을 받아 공연한다. 행사의 성격과 규모에 따라 러퍼토리와 가수, 무용수, 공연 시간 등 전체의 공연 계획이 결정되고 리허설을 거쳐 무대에 오른다. 가수들은 특유의 억양으로 북한 노래를 부르고 전문 무용수들은 북한의 춤을 춘다. 이따금 한국 가요를 불러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관객들에게 북한에 대한 향수와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고, 통일에 대한 낭만적인 감정을 만든다.
하지만 이들이 무대를 내려서면 현실의 삶도, 통일에 대한 기대감도 그다지 낭만적이지 못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활의 경험이 없기에 경제적 활동도 어렵고, 사람들과 어울리기도 쉽지 않다. 더러 성공한 탈북민들이 매스컴을 통해 소개되지만 소수에 불과하고, 생활이 힘들어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는 기초수급대상자들이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드물게는 한국에서의 삶에 실패한 탈북민이 북한으로 재입국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통일에 대한 기대감 역시 두꺼운 현실의 벽을 넘어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작년에는 남.북의 정상이 함께 백두산을 오르며, 분단 70년 만에 처음으로 통일에 대한 구체적인 희망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복잡한 국제정세 속에 통일에 대한 논의는 더는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계속하여 북한은 자주권을 내세우며 핵을 준비하고, 미국은 북한의 의지를 꺾기 위해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주변의 강대국들 역시 자국의 이익과 실리를 챙기기 위하여 분주하다. 정치와 이데올로기, 그리고 민족주의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곳이 이곳 한반도임을 알 수 있다. 언제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촉즉발의 위험이 상존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들은 이 부조리한 구조에서 발생한 난민들이다.
1990년대부터 2019년 상반기까지 북한의 기근과 폭정으로 북한을 탈출하여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들의 숫자는 약 33,000명을 넘었다. 그들 중에서 북한 공연을 하는 사람들은 대략 70~80명 정도로 추측하고 있다.
‘아리랑예술단’은 결혼이주여성에 관한 작업 ‘초청장’ 이후 디아스포라의 연작으로 촬영되었다. 이전의 작업이 자본주의 시장 질서에 의해 발생하는 새로운 형태의 가족과 결혼이주여성을 통해 외부로부터 편입된 디아스포라의 모습을 추적하는 작업이었다면, 아리랑예술단은 이념과 정치, 그리고 분단으로 인해 발생한 민족 내부에서 발생한 디아스포라의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같은 민족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라고 하는 테두리에 편입되지 못한 채 경계에선 그들의 삶에 관한 이야기기도 하다. 두 가지 모두 한국사회를 배경으로 동북아시아에서 일어나는 이주, 난민에 관한 작업이다. 우리는 범주화하는데 유능하다. 가족, 동문, 동향, 동년배, 지역, 민족 등 우리라고 하는 틀로 동질화하고 또 타자화 한다. 탈북민 역시 대한민국의 국민이지만(대한민국 헌법에는 한국의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규정한다, 이를 바탕으로 국민의 범위를 해석하는데, 북한 주민 역시 대한민국의 영토에 살았기에 국민으로 판단한다.) 여전히 이방인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70년이라는 분단의 시간은 한반도 땅뿐 아니라 사람들의 가슴속에도 길고 깊게 분단의 흔적을 남겼다. 그리고 분단의 고통은 고스란히 개인들의 몫으로 돌아왔다. 일본 제국주의로부터 해방 후 좌, 우익의 대립, 신탁통치, 분단과 한국전쟁, 냉전 체제로 이어져 온 이념의 갈등과 상처를 메우기 위해서는 어쩌면 지나온 만큼의 시간이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 식민과 분단으로부터 시작된 우리의 근대사는 현재까지도 우리의 삶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 작업은 영상과 함께 함께 두 가지의 세부적인 프로젝트로 진행되었다. 첫 번째는 아리랑예술단의 공연 모습과 무대 뒷모습의 기록이다. 단원들의 구성은 절반 정도가 북한의 소년궁전이나 예술선전대에서 전문적인 활동과 교육을 받았던 사람들이고, 나머지 단원들은 한국에 와서 처음으로 무대에 올랐던 사람들이다. 일정과 조건이 맞으면 전국 어디든지 공연하러 가는데, 봄, 가을에는 멀리 지방으로 다니는 경우가 많다. 공연에 다니다 보면 재미있는 것 중의 하나가 관객들의 태도다. 행사의 내용에 따라 관객들의 반응이 조금씩 달라지는데, 통일에 관련된 행사보다도 시골의 작은 축제에서 반응이 좋은 경우가 많았다. 그런 곳일수록 연민과 호기심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관객들과의 친밀도가 높아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무대에 올랐을 때 비로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두 번째 프로젝트로는 두만강 변의 풍경 작업이다. 대다수의 탈북민이 넘어오는 곳이 중국과 북한의 국경인 압록강 상류 지역과 두만강 유역이다. 백두산을 중심으로 동쪽으로는 두만강 서쪽으로는 압록강이 흐르고 있어, 양강도에서는 압록강으로, 함경도에서는 두만강을 건너 탈출하게 된다. 1990년 중반부터 시작된 소위 ‘고난의 행군’을 계기로 굶주림에 지친 많은 사람이 강을 넘게 되었다. 2000년대 들어 다양한 이유에 의해 본격적인 북한이탈주민들이 생겨나는데, 강을 넘는 것에는 많은 대가가 필요하였다. 더러 강에서 생을 마감하는 이들도 있었고, 강을 넘더라도 인신매매와 같은 폭력에 노출되었다. 강을 무사히 넘더라도 중국 내에서 공안에 붙잡혀 다시 북한으로 송환되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두만강은 탈북민들에게 희망의 강이자 슬픔의 강이기도 하다.
‘두만강에서 분단의 아픔을 본다.’
얼마 전 예린으로부터 사진 한 장을 받았다. 빛바랜 평양 개선문 사진을 배경으로 부모님과 동생들이 함께 찍은 가족사진이다. 북한을 탈출 한 뒤에 찍은 사진이라 예린의 모습은 없다. 그 사진 속에 자신의 모습을 넣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이제 사진 속의 가족은 만날 수 없고,
사진 속에서라도 가족들과 함께 있으려 한다.’
article
[임지현]
[김소라 미술비평가]
이동근
1966년 부산에서 태어나 경성대학교 멀티미디어 대학원 사진학과를 졸업하였다. 어릴적부터 주변부로 여겨지는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관심이 많아 자연스럽게 그들을 사진으로 기록하게 되었다. 현재는 한반도를 중심으로 동북 아시아에서에서 진행되는 이산의 과정과 그로부터 발생하는 난민에 주목하고 다큐멘터리 직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결혼이주여성과 그들의 가족, 탈북민 등 동시대의 디아스포라에 관하여 심층적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초청장(An Invitation), KT&G 상상마당 갤러리, 서울, 2013 포함하여 열 번의 개인전과 PHOTOVILLE2018, New York, USA외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하였으며, 제10회 일우사진상 다큐멘터리 부분 수상, 제5회 KT&G 상상마당 한국사진가 지원프로그램 최종작가로 선정되었다. 부산대학교, 부경대학교, 부산교육대학교, 경성대학교, 부산시립미술관, 고은사진미술관에서 사진관련 강의를 하였으며, 현재 경성대학교 사진학과 외래교수로 재직 중이다.
[개인전]
2019 아리랑예술단(유랑극장), 일우스페이스, 서울
2017 초청장(An Invitation), 서학동 사진관, 전주
2017 모던시티-좌천아파트, 공간 이다, 하남
2017 모던시티-좌천아파트, 사진공간 배다리, 인천
2017 초청장, BCUT갤러리, 서울
2016 흐르는 길, 킴스아트필드 미술관, 부산
2016 모던시티-좌천아파트, 예술지구_p, 부산
2013 초청장(An Invitation), KT&G 상상마당 갤러리, 서울
2012 Joy Castle, 1839갤러리, 순천
2009 Joy Castle, 경성대학교 미술관, 부산
[그룹전]
2019 돌아보다, 부산 자원순환협력센터 아트스페이스, 부산
2019 PHOTOVILLE2019, New York, USA
2019 세창냉동 테스트베드, 세창냉동, 울산
2019 Memoirs of BUSAN, 신세계 갤러리, 부산
2019 이웃하진 않은 이웃, KF갤러리, 서울
2018 PHOTOVILLE2018, New York, USA
2018 침묵을 흔들다. 40계단 문화관, 부산
2018 부산리턴즈, F1963, 부산
2017 2017 리수이 사진축제, 리수이 ,중국
2017 경계 BOUNDARY, KT&G 상상마당 대치 아트홀, 서울
2016 홈그라운드, 청주시립미술관, 청주
2016 극장전, 송정역 시민갤러리, 부산
2016 제3회 수원국제사진축제, 수원
2016 골목들, 부산시립미술관 용두산미술전시관, 부산
2016 도시의 풍경-집을 만나다, 아트스페이스 누리봄, 부산
2016 사진적 카이로스 KT&G 상상마당 아트센터 갤러리, 춘천
2016 한국사진학회 국제영상사진전 photo speak 2016 규레이팅 및 전시, 상명대학교, 서울
2015 극장전, 보따리 170, 부산
2015 회동담화, 예술지구_p, 부산
2015 Family Album. LIG ART SPACE. 서울
2015 망각에 저항하기, 안산문화예술회관, 경기도 안산
2015 한국사진학회 국제영상사진전 photo speak 2015 큐레이팅 및 전시, 프랑스 문화원, 부산
2014 1839 Photography Residence, 상상문화 발전소, 순천
2014 동상이몽, 예술지구_p, 부산
2014 새집에 보따리를 풀다, ㅇ + ㅅ빌딩, 부산
2014 멋부산, 민주공원전시실, 부산
2014 Two Dimensional Dancing, Vision Fine Art Gallery, AZ, USA
2013 변주된 풍경들, 신세계 갤러리, 부산
2013 사진 미래색2013, 고은사진미술관, 부산
2013 사진과 사진, KT&G 상상마당 갤러리, 서울
2013 기억의 저편, 부산예술회관, 부산
2012 남해안 프로젝트, 1839갤러리, 순천
2012 산복도로 다시보기 프로젝트‘기억의 풍경’, 좌천시민아파트, 부산
2008 대구사진비엔날레 기획전 숲, 경북대학교미술관, 대구
2008 돌아와요 부산항에, 부산시립미술관, 부산
2008 흙의 노래, 영광갤러리, 부산
2007 영월그리기, 동강사진박물관, 영월
2007 이데올로기로써의 몸, 영광갤러리, 부산
2007 동강사진축제 거리설치전, 영월
2007 오래된 정원, 영광갤러리, 부산
2006 밤, 부산시립미술관, 시민갤러리
[소장]
KT&G 상상마당
영월사진박물관
[수상]
2018 제10회 일우사진상 수상
2012 제5회 KT&G 상상마당 한국사진가 지원프로그램 최종작가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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