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aks, 2018
artist statement
한동안 모던에 대한 연작을 만들어오면서 언제 이 시리즈를 끝내야 하나, 고민해 왔던 차였다. 세상을 모던이라는 창을 통해 바라보고 그리고 모던이라는 문틀에 맞춰 작품을 만들다 보니 어느새 이상한 집 하나 만들어놓고는, 그 안에서 좀처럼 밖으로 나오지 않으려는 이상한 나를 발견한다. 친구들이 부르면 나가서 놀아야 하는데 말이다. 나름 할 만큼 했다. 새 작업이다.
1. 모든 존재는 가루를 날린다.
이번 작업은 사람 그리고 사람들 사이의 감정 관계를 시각화한 것이다. 그럼 눈에 보이지 않는 그 감정들이라는 것을 어떻게 눈에 보이게 하지. 사람들의 감정이니까 사람들의 표정이나 제스처로 표현해볼까. 아니다. 난 사람들을 지우고 그 자리에 사물들을 집어넣는다.
사물엔 항상 사람이 묻어있다. 행동의 인과 관계가 사물들에 적용되는 것은 물론이고, 욕구를 비롯한 다양한 감정들이 사물에 투영되고 작용한다. 이번 작업은 사물들의 퍼포먼스다. 사물들로 하여금 그 감정을 대리하고 그리고 비유한다. 동시에 그 복잡성을 단순화한다.
또한 사물엔 물리를 넘나드는 화학이 있다. 보이는 경계를 넘나드는 보이지 않는 느낌이 있고 떨림이 있다. 여운이 있고 분위기라는 것이 있다. 그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이 바로 예술이 가지는 힘이다.
인간 서정… 개인들의 억압, 분노, 슬픔 그리고 그 감정들이 타자와의 그것들과 만났을 때의 또 다른 감정선들. 다른 욕구, 이해의 차이. 갈등과 싸움, 그래서 단절과 상처. 멀리서 보면 애틋함. 아주 과거에도, 지금도 그리고 멀리 미래에도 계속될 보편적이고 근원적인 우리의 모습이다. 이번 작업은 인간에 대한 오래된, 그래서 아주 어려운 질문들 –삶, 죽음, 사랑 등- 에 대한 내 첫 번째 대답이기도 하다. 시작이다.
2. 작법 원리 중 하나.
최소한의 동일성을 가지고 최대한의 차이를 표현하는 – 공통성 분화의 원리라는 것이 있다. 좀 어려운 말이긴 하지만, 작업을 하는 데 있어 주요 원리 중 하나다. 바닥과 테이블, 벽 등의 비슷한 배경을 바탕으로 여럿 사물들을 다양하게 구성한다. 그 사물들의 모습과 변화를 잘 보아주길 바란다.
예술은 그래야 하는데 더 그렇지 않게, 반대로 그래야 하니까 더 그렇게, 축소하거나 과장하려는 속성을 가진다. 내 사진에서 사물들을 보는 것도, 사람을 더하는 것도 감상자의 상상력이다.
3. 포스트 사진에 관한.
사진은 언제나 과거의 어느 한 시점과 어느 한 곳에 있었던 것들에 대한 기록이었다. 사람들이 아직 사진에 관해 가지고 있는 보편적 믿음이기도 하다. 그리고 지금의 디지털 사진은 한 시점과 한 곳이라는 사진에 있어 가장 중요한 두 요소를 배신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시점과 다른 공간에서 촬영된 사진들이 하나의 사진 위에서 편집이 된다는 것은 혹은 한 시점과 한 공간으로부터의 정보에 또 다른 추가적 효과를 덧입힌다는 것은 전통적 사진의 속성이 아니다. 여러 개의 다른 시점들과 다른 공간들이 그리고 추가적 효과들이 하나로 묶여진다는 것은, 시점을 잃어버리고 그때의 공간도 잃어버렸다는 것으로, 더 이상 기존의 사진이 아니다. 탈시간, 탈공간 -합쳐서 탈동시- 이라는 것은 이미 회화의 속성이다.
그래서 사진은 일종의 고안된 그 무엇이 된다. 작가가 번역한 현실이라는 것이고, 무엇인가 교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변화는 사진 역시 회화처럼 시간과 공간의 격리로부터 좀 더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닐까. 사진 역시 표현의 역사 -의 흐름- 를 거스르기 힘들다는 것이 아닐까. 예술의 작법은 기술의 작법을 따른다는 자명한 명제를 체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사진은 포스트 사진을 위해 디지털이라는 가장 쉽고 편한 길을 택했을지도 모른다.
고안된 현실이 어떻게 현실을 대신할지는, 번역된 사진이 얼마나 더 예술적 일지는, 탈동시적 표현이 어떠한 사진적 성취를 가져올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디지털 사진이 또 하나의 사진으로 넉넉히 인정받기 위해선 전적으로 작품들의 수준에 달려있다. 전적으로 작가들의 고민과 창작에 달려있다.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그러나 배신자들은 외면당하기 쉽다는 사실을, 배신자들의 변론은 받아 적지 않는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해 두어야 한다. 나부터가 말이다.
4. 작업을 마치며 짧게.
하면 할수록 무용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무모하다는 것도 깨닫는다. 순수예술이라는 것 말이다. 또한 이 순전히 고독한 짓이 힘들기도 하다. 하지만 새 작업을 발표할 때마다 조금 설레는 것도 사실이다.
끝으로 작업에 도움을 준 많은 이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현홍 (홍승현)
[학력]
2012 글라스고우 스쿨 오브 아트. 파인아트 석사 과정 졸업 (Master of Letters)
2007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사진디자인 석사 과정 졸업 (Master of Fine arts)
[개인전]
2018 리크스, 키미아트
2016 키쓰하기 좋은 곳, 키미아트
2015 모던타임즈 4 – 징글 징글, 키미아트
2014 모던타임즈 3 – 우울한 리듬, 갤러리도스
2009 사디즘, 갤러리룩스
2008 모던타임즈2, 사진아트센터 보다
2007 모던타임즈, 갤러리선 컨템포러리
[단체전]
2018 커피 한잔, 63 아트 미술관
2018 더 넥스트 빅 무브먼트, 키미아트
2018 킴앤홍 세컨드쇼(투어), 트렁크 갤러리
2018 킴앤홍 세컨드쇼, 갤러리 룩스
2017 아티스트 스테이트먼트 #2, 시카뮤지엄
2017 갤러리 소장전, 키미아트
2016 하이라이트, 갤러리사이
2016 딥 인 칼라스 앤 라이트, 앤드앤갤러리
2016 킴앤홍 퍼스트쇼, 아트스페이스J
2016 해방된 기억, 경기포토페스티발
2016 아시안 익스프레스, 대구사진비엔날레
2016 더블 도트, 갤러리밈
2016 건축에 대한 사진의 몇가지 입장, 더텍사스프로젝트
2016 아트 옐로 북 프로젝트, 시카미술관
2015 컬러풀, 경기도미술관
2015 프로젝트 숨쉬는 집 2–씽킹, 키미아트
2015 B면, 더텍사스프로젝트
2014 좋은, 나쁜, 이상한, 24-5. 매향동
2014 위 올 인 트루쓰, 알란잔드로갤러리, 바르셀로나, 스페인
2014 19개의 방, 더텍사스프로젝트
2014 에포케, 키미아트
2013 조각을 밝히다, 킵스갤러리
2013 추상은 살아있다, 경기도미술관
2012 마스터 오브 레터스, 버몬지프로젝트스페이스, 런던, 영국
2012 디그리 쇼, 라이트하우스, 글라스고우, 런던, 영국
2012 마스터 오브 레터스, 맥켄토시 빌딩, 글라스고우, 런던, 영국
2012 스트레이트, 멕켄토시빌딩, 글라스고우, 런던, 영국
2012 매스 스모크 미디어 밤스, 경기도미술관
2010 오! 마스터피스, 경기도미술관
2010 세븐 센스, 갤러리룩스
2010 상설 전시, 닥터박갤러리
2009 스틸 앤드 스트림, 갤러리프라이어스
2009 그늘의 테두리展, 쿤스트독갤러리
2009 사진의 순환展, 서울아트갤러리
2008 흑백에 묻다, 굿모닝신한증권
2008 흑백에 묻다, 신한갤러리
2005 포스트포토展,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2003 포스트포토展,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아트페어]
2013 화랑미술제
2011 한국국제아트페어
2010 서울오픈아트페어
2009 서울국제아트페어
2009 서울국제판화사진아트페어
2009 서울아트살롱
2009 서울포토페어
2009 서울오픈아트페어
2008 서울국제판화사진아트페어
2008 서울오픈아트페어
[출판]
2017 아티스트 스테이트먼트 #2. 시카미술관
2016 아트옐로북 #2, 시카미술관
2009 이방인의 빈방, 김용민, 멘토르출판사
[수상]
2008 사진아트센터 보다, 2008 영아티스트 선정
[작품소장]
2012 브리티사 에이웨이
2009 경기도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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