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des of Blue, 2016
artist statement
내 방엔 50여 권의 사진집이 있다. 크기와 내용은 모두 다르지만, 서로의 몸을 의지하며 책장에 가지런히 꽂혀있다.
이따금 사진집 한 권을 꺼내 펼쳐본다. 나는 매번 그 책을 처음 보는 사람처럼 경이로움에 빠지곤 한다. 사진집의 첫 번째 사진을 보는 순간 나는 잠시 사라진다. 그러므로 생각도, 비판도 할 수 없다. 어느새 사진가의 눈과 카메라가 되어 세상을 바라보는 나를 발견한다. 내가 인식한 현실에는 없지만, 그의 현실에는 굳건히 존재하는 것들을 거기에선 볼 수 있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책을 덮을 때면 사진가의 가장 내밀한 곳까지 들여다보고 온 것만 같다.
다 본 사진집을 제자리에 놓으면서 나의 사진집이 그 옆에 놓인 모습을 여러 번 상상했다. 온라인으로만 사진을 공유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누구나 손으로 여닫을 수 있는 하나의 작은 세계를 만들고 싶었다.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오래 걸으며 작업한 사진들을 보면서 어렵지 않게 사진집 제목을 정할 수 있었다. 특정한 주제 없이 7년여간 거리를 배회했던 내 안의 무의식은 이미 제목을 알고 있는 듯했다. 제목이 의식의 수면으로 떠올랐으니 거꾸로 따라가는 건 어렵지 않았다. Shades of Blue의 ‘Blue’는 단연 마일스 데이비스의 Kind of Blue에서 나왔으리라. 이 앨범을 시작으로 나는 ‘Blue’가 재즈와 깊은 연이 있는 단어임을 알게 되었다.
즉흥적인 화성의 변주로 연주할 때마다 다른 곡을 빚어내는 재즈뮤지션들을 존경했다. 일상의 작은 조각들이 만나 빛과 그림자로 새롭게 조명되는 순간을 찍는 건 재즈와 같아서 언제나 놀라웠다. 집에 돌아와서 찍었던 사진을 바라보고 편집하는 동안 재즈 플레이리스트를 걸어놓는 것을 잊지 않았다. 언제 들어도 훌륭한 재즈의 리프는 사진을 이성이 아닌 직관으로 바라보라는 조언이자 응원이었다.
Blue는 재즈의 기원이 된 블루스를 뜻하고, 내 이름의 일부이기도 하다. Shades of Blue는 ‘파랑의 미묘한 차이들’이라 할 수 있는데 내가 바라보는 방식의 미묘한 차이들이라 봐도 좋을 것이다. 무엇을 찍을지 생각하지 않고 거리로 나설 때 마주치는 시간과 형상은 변주를 거듭하며 나를 기대하게 한다. 목적지 없는 방랑 속에서 일관된 나의 시선을 발견할 때 기쁨을 느낀다. 나는 앞으로도 영원히 사진의 정답을 찾을 수 없길 소망한다.
이청
[개인전]
2026 아직 오지 않은 어제, 스파이스 앤트, 한국
2022 The Faceless, 데스커 디자인 스토어 STARTER’S GALLERY, 한국
[그룹전]
2026 눈을 감지 않는 물고기, 마로니에 갤러리, 일본
2017 고래가 왔다, 갤러리 류가헌, 한국
[저서]
2025 유리눈동자
2016 Shades of 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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